전 세계 바이오 관계자들이 ‘빅딜’ 성사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였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8일(현지 시간) 개막한 가운데, 대형 계약이 성사되는 단골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지난 4년여간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췄던 업계의 관심이 ‘비만’과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제42회 JPMHC가 나흘간의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약 600개 기업, 8000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새로운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기술 수출은 물론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실제로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올해 가장 많은 신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1, 2위 기업으로 비만약을 보유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꼽혔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올 상반기 주사제 위고비를 먹는 비만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오아시스 4’ 연구 결과에서 성과를 낼지 업계 주목도가 높다. 만약 먹는 약으로도 효과를 입증한다면 GLP-1 계열 치료제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비만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미약품의 비만약 개발 속도가 가장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당뇨병 치료제로 일주일에 한 번 주사형태로 투여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유사체)'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해 국내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한 바 있다. 회사는 2026년에 임상을 끝내고 2027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신약 후보물질 'DA-1726'을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회사는 DA-1726 글로벌 임상 1상을 올해 상반기에 개시하고, 2025년 상반기에 종료할 계획이다.
펩트론은 자체 플랫폼을 이용해 위고비와 젭바운드 성분의 제형 변경으로 투약 주기를 1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리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자사의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 암 세포만 죽인다··· 대표 차세대 항암 기술 ‘ADC’
항체약물 접합체(ADC)도 바이오 업계 화두다.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이 2028년 262억 달러(약 3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ADC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차세대 항암 기술로, 암세포 특이 발현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을 지닌 약물을 연결하고 접합해 만드는 약물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레고켐바이오가 얀센에 ADC 파이프라인을 17억 달러(약 2조24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고 발표하면서 열기를 더했다.
국내 기업들도 ADC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ADC 생산설비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작년 4월엔 삼성물산과 조성한 ‘삼성 라이프사이언스펀드’로 스위스 ADC개발 기업인 아라리스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동아에스티는 ADC 개발사 앱티스를 인수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JPMHC 둘째 날인 9일(현지 시간) 메인 트랙에서 발표하는 가운데, 올 연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ADC 생산시설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ADC 기술에 대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다수 기술이전으로 경쟁력을 입증한 이중항체에 ADC 기술을 접목한 '이중항체 ADC'를 활용한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해 글로벌 빅파마와 미팅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겠다”면서 “이중항체 ADC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부 기업만 유의미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영역으로, 신약 개발 역량을 집중해 연구하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JPMHC의 공식 초청을 받은 국내 기업은 지난해(3곳) 보다 2배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트랙 세션 무대에서 발표하고,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카카오헬스케어 등은 아시아태평양(APA) 세션에서 기업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