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나분식에는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꼬치에 꽂지 않고 소스에 버무린 바삭바삭한 떡꼬치까지 대표 메뉴들이 계속 팔리고 있었습니다. '강남 3대 떡볶이'로 자리 잡은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손님들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약 15년 전부터 이곳에 왔다는 임경지씨(34)는 “고등학교 친구가 '되게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다', ‘여기 꼭 가야 한다’고 해서 처음 만나분식에 오게 됐다"면서 "교복 입고 학원 가기 전 ‘빨리 (학원) 들어가야 하는데’ 하며 초조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씨는 “어린 시절 추억이었던 분식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방문했다"고 이날 전했습니다.
또한 어머니와 함께 이날 만나분식을 찾은 최모씨(34)는 “마지막이라고 해서 어머니와 왔다”며 “10년 전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줄을 많이 서진 않았는데, 장사를 마친다고 하니 다들 중·고등학교 때 추억 때문에 다시 찾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친구와 어렸을 적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찾은 손님도 있었습니다. 30년 지기 친구 4명과 만나분식을 방문한 이재근씨(44)는 “이 분식집 떡볶이가 100원일 때부터 온 것 같다. 떡볶이를 먹으러 오다가 상가 계단에서 크게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깁스까지 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어머니가 ‘또 분식집 갔다 왔지’라고 핀잔을 줬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제가 어묵 국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오늘도 아마 저를 알아보시지 않을까 싶다”며 아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들이 만나분식을 열어 떡볶이 등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1990년 무렵입니다. 부부는 오전 10시에 하루 장사를 시작해 오후 8시까지 음식을 팔았고, 다음날 영업 준비까지 하고 나면 익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사장 맹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장사하느라 아이들 학창시절 학교에 한 번도 못 가본 것이 여전히 가슴 아픈 일”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키운 자식들을 벌써 대학도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까지 보냈으니 엄마로선 도리를 다한 것 아니겠느냐"며 "열심히 살았다. 지금 세상을 떠나도 후회는 없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사장 박씨도 "장사를 접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너무 몰려서 남은 며칠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와 준 걸 생각하면 참 고맙고 아쉽고 섭섭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남겼습니다.
30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만나분식은 지금도 여전한 맛의 음식들로 남은 5일 영업을 계속한 뒤 사장 부부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영원히 문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