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이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 달라’는 요구가 담긴 편지와 함께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간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4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남긴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있었다. 총 8006만3980원이었다.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4년째 총 2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이 천사는 2008년부터 용진읍 주민센터에 쌀 포대를 놓고 간 뒤 올해로 16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다. 이 천사는 ‘아직도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곳의 어려운 분들과 함께 동행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우리 용진읍이 됐으면 하는 저의 아주 작은 소망을 놓고 갑니다’라는 손 편지와 함께 10㎏짜리 백미 60포대를 몰래 가져다 놓았다.
임실군에서는 ‘얼굴 없는 삼계천사’가 지난 3년 동안 총 12억5000만원을 기부해 관심을 끌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억원, 올해 4억5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임실군에 기부한 천사는 ‘삼계면이 아버지 고향’이라는 메시지만 남겨 ’삼계천사’로 불린다.
올 1월 31일 성금을 기부한 그는 “생전에 부모께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코로나19와 난방비 폭탄 등으로 물가가 상승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취약계층에게 골고루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군산시에서는 지난 6월 8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손편지와 함께 구암동사무소에 성금 7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천사는 지난해 배우자 장례를 치른 후 남은 금액으로 백미 10㎏ 70포대를 전달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전북 곳곳에서는 익명의 기부자가 크고 작은 물품과 성금을 기탁하며 소외계층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선한 영향력’까지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