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선고를 받아 변호사 자격을 상실했는데도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파산 후 복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지난 1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 2건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8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A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Y법무법인은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법률고문으로 등록돼 있어 분양대금반환 청구 소송 등 HUG 관련 사건을 여러 차례 맡기도 했다. A씨는 HUG 측 변호사로 답변서, 준비서면, 기일변경 신청서 등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4월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인정되고 사건의 심각성이 낮아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벌금형 이하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처분이다.
하지만 A씨는 "변호사법 5조는 변호사가 될 수 없는 사람을 규정한 것이지 당연직 상실이 아니다"면서 약식 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사법 5조 9호를 위반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이번 판결이 최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파산 선고를 이유로 곧바로 변호사 자격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변호사법 5조는 결격사유로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자'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법은 직무에 관한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파산 선고 후 복권되지 않으면 직무가 자동 상실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직이 취소되지는 않더라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란 설명이다.
A씨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실이 드러나자 HUG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기망해 사건을 수임하며 수임료 상당액을 편취했다는 취지에서다.
HUG가 공시한 연도별 종결소송 현황에 따르면 Y법무법인이 맡은 사건 수임료와 성공보수금 합계는 적게는 220만원에서 많게는 3200만원 수준이다.
한편 A씨는 이날 허위 공증을 6차례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증은 복잡한 민사소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증 인가를 받은 법무법인이나 공증 변호사가 2인 이상 있고, 법무부 인가를 받은 법률사무소가 당사자 의사를 확인한 후 발부해 법원이 작성한 증서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공증인이 당사자 얼굴, 신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비대면 발부'하면 문제가 된다.
A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