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악화와 금리 인상 본격화,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은 가운데 집값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서도 강남권 아파트가 연이어 유찰되고 있다. 그동안 강남권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 응찰자가 몰리는 인기 물건이었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단지조차 새 주인 찾기가 만만찮은 분위기다.
18일 경·공매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매가 진행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전용면적 54㎡ 1가구는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 단지는 지난 9월에도 유찰된 적이 있어 최초 감정가에서 20% 낮아져 시세보다 절반가량의 가격에도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 전용면적 59㎡ 1가구달 1일과 6일 연이어 유찰돼 시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하게 나왔지만 유찰됐다. 시장에서 이 단지는 23억원에 거래되고 있어 감정가도 그와 비슷한 22억5000만원에 나왔다. 그러나 2번의 유찰 끝에 14억4000만원이 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경매가 진행 중이다.
브랜드 아파트도 강남권 경매 시장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 1가구도 지난달 29일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강남권에 있는 브랜드 아파트인 데다 동일 면적 최저 호가가 시세 대비 7억원가량 저렴하게 나왔지만 얼어붙은 매수 심리 위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매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매각 건수 비율, 매각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강남구 아파트 낙찰률은 58.33%였지만 9월 40%로 하락한 뒤 10월에는 30%로 급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37.5%를 기록했다. 이는 10개 물건이 경매에 나와서 3개가량이 낙찰됐다는 의미다.
강남권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 매각가율)도 지난달 76.65%에 그쳤다.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물건에 대한 평가치가 높다는 것으로, 낙찰가율이 100%가 넘어가면 낙찰된 물건의 입찰금액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간 강남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9월 96.14%, 10월 96.61% 를 기록했는데 지난달에는 70%대로 추락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는 내수 경기로 인한 타격 때문에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권 매물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매는 투자 수요가 반영되는 지표로,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니까 유찰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