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암 생존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인구의 4%가량이 암 질환을 경험한 환자인 가운데, 이들 중 70%가 생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그간 암 환자 규모가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질병으로, 관련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암학회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3’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암 연구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대한암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암 신규 환자는 24만7952명으로, 2000년 대비 14만4896명 증가했다.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암 경험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227만6792명으로 전체 인구의 4.4%에 달했다.
오승택 대한암학회 회장(가톨릭의대 교수)은 “국내의 경우 2020년 25만명이 새로 암에 걸리고, 8만명이 암으로 사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생명과 건강, 일상의 행복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암 환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암 사망률은 40% 가까이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대비 2021년 암 사망률은 37.4%p 감소했다. 암 상대 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6년 70.7%로 조사됐다.
보고서 발간위원장인 김태용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높은 암생존율은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 체계적인 국가암예방 조기검진사업으로 인한 건강검진 수검률 향상에 따른 조기암 발견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암 연구에 헌신해 온 의학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암 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전체 질환 중 사망 1위인 암 질환 발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암 사망자 수는 지난 2001년 5만9288명에서 2021년 8만2688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암 치료와 함께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특히 암 치료제의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은 규제기관의 승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의 국내 승인은 미국 대비 평균 3~4년 정도 늦다”면서 “급여까지는 추가적으로 1~2년이 소요돼 실제 국민에게 사용되기까지는 통상 4~6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표준치료가 늦게 도입되는 것은 물론 임상시험의 기회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신약의 허가와 급여 도입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암 관련 시장은 전체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의 약 10~18%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3270억 달러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암 관련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의 규모는 2018년 11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2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