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유가에 국운이 걸린 두 나라가 머리를 맞댄 것으로, 회담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정치, 경제, 인도주의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다음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려야 한다면서 “우리의 우호 관계 발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물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후 양국 정상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OPEC+에서의 협력과 관련해 다시 대화했다”며 “국제 에너지 시장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양국이 상호작용에 대한 큰 책임을 진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OPEC+의 지난주 추가 감산 결정에도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로이터는 “빈 살만과 푸틴 모두 높은 원유 가격에 자국의 경제가 달려 있다”며 “문제는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각자가 얼마나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여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다”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중동 방문은 서방의 잇단 대러 제재에 발이 묶인 러시아가 중동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선 러시아 대표단에는 석유, 경제, 외교, 우주, 원자력 관계자를 비롯해 기업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굴지의 화학회사 우랄켐 1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드미트리 마제핀을 빈 살만 왕세자에게 소개하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비료 합작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도 회담을 가졌다. UAE는 에어쇼, 21발의 포탄 발사 등으로 푸틴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러우 전쟁 이후 석유, 알루미늄, 비료 등 러시아 기업 다수는 서방에서 UAE로 사업장을 이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7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는 미·중 경기 둔화 우려 속에 6월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근월물)은 2.94달러(4.07%) 내린 배럴당 69.38달러에, 브렌트유 선물은 2.90달러(3.76%) 하락한 배럴당 74.3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