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웹 브라우저만 운영하던 삼성전자가 조만간 PC용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며 PC·모바일 통합 사용자 경험(UX) 구축에 나선다. 구글 크롬·애플 사파리·마이크로소프트(MS) 에지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윈도 운영체제에 있는 MS 스토어에 PC 웹 브라우저인 '삼성 인터넷' 테스트 버전을 올렸다. 이를 설치하면 PC에서도 삼성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다운로드를 일시적으로 막아둔 상태다.
삼성 인터넷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위해 만든 전용 웹 브라우저다. 당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본 탑재되던 웹 브라우저는 PC 버전 크롬 웹 브라우저에 비해 성능이 조악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양한 제3자(서드파티) 웹 브라우저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해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한 자체 웹 브라우저를 출시했고, 11년 넘게 계속 업데이트하며 꾸준히 지원해 왔다. 이제는 '갤럭시=삼성 인터넷'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용자들은 삼성 인터넷의 강점으로 '광고 차단' 기능을 꼽는다. 구글 등은 검색·유튜브 매출 저하를 우려해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 광고 차단 기능을 적극적으로 넣지 못했다. 반면 하드웨어 판매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삼성 인터넷에 광고 차단 기능을 갖춘 외부 플러그인(추가 설치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에게 구글·사파리와 차별화한 매력이 있는 모바일 웹 브라우저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 인터넷의 입지는 확고부동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국 모바일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41.53%) △삼성 인터넷(26.37%) △사파리(21.22%) 웨일 브라우저(9.5%) 순이다.
다만 전 세계 모바일 시장으로 확대하면 아슬아슬하게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롬(64.52%)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사파리(25.19%), 삼성 인터넷(4.5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크롬·사파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PC·모바일을 아우르는 통합 사용자 경험에서 찾았다. 웹 브라우저 성능이 상향 평준화한 상황에서 이용자는 설정 등이 이어지는 등 자신에게 익숙한 웹 브라우저를 쓰려는 경향이 있다. 모바일에서 삼성 인터넷을 쓰던 이용자들이 PC에서도 삼성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노트·화이트보드·플로 등 갤럭시북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을 삼성 인터넷으로 합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갤럭시 이용자가 자신의 설정과 데이터를 PC로 쉽게 동기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 세계 PC·모바일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62.85%) △사파리(20.04%) △에지(5.5%) △파이어폭스(3.23%) △오페라(3.17%) △삼성 인터넷(2.44%) 순이다. 이 가운데 PC 웹 브라우저가 없는 것은 삼성 인터넷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PC 웹 브라우저 상륙 전략이 성공하면 적어도 파이어폭스와 오페라를 제치고 크롬·사파리·에지와 어깨를 겨루는 4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PC 웹 브라우저 시장이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 인터넷의 가장 큰 강점인 광고 차단을 크롬 등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쓰고 있는 PC 웹 브라우저를 옮길만한 삼성 인터넷만의 매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