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허 회장의 책임 여부와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집중 추궁했다.
이날 청문회는 SPC와 DL그룹의 산재 진상 규명을 위해 진행됐다. 환노위가 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채택했지만, 해외 출장을 사유로 불출석하자 이날 청문회를 연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허 회장은 산재가 발생한 이유를 묻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근로자 사망사고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다 저희가 부족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L 평택공장 내 빵 반죽을 섞는 교반기 9대 중 7대는 인터록(자동멈춤장치)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샤니 공장의 사고도 교반기에 인터록 장치가 없어 발생한 것이다. 인터록을 설치하는 비용은 30만원이다. 210만원을 들여 안전장치를 설치했으면 최소한 중대재해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작년에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마쳤다고 하는데 1년도 채 안 돼서 똑같은 사망사고가 났다"면서 "그 안전진단이 형식적이었다는 방증이다. 노동자들이 교반기 덮개를 열고 손으로 반죽을 확인하다 사고가 났다. 이건 주문량이 많다 보니 노동자들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안전 수칙이나 방어장치보다 더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C 산재 사고를 ‘후진국형 사고’로 정의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라고 허 회장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윤 의원은 "SPC 대다수 계열사는 2교대 근무 비율이 50%를 웃돈다. 사망사고가 난 SPL은 67.4%가 2조 2교대"라면서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4조 3교대로 전환했다.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사고의 핵심 원인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다. 샤니는 주 7일, 14시간 근무한다. 증인이 소유하고 있는 SPC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부끄럽지 않으십니까"라고 허 회장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허 회장은 "네"라고 수긍하는 듯 짧게 답변했다.
또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허 회장의 책임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 쏟아졌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을 통해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은 SPC그룹의 전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근거한 경영 책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이 장관은 "논리 구조상 현실적으로 (허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지금 고용부 특별수사관이 수사 중인 만큼 조심스럽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법 위반으로 인한 중대재해 사고 발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허 회장은 산재 사고 책임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SPC는 경영과 회사 소유가 분리돼 있다"면서 "아무리 대주주라도 대표이사를 마음대로 선임할 수 없다. 샤니는 5년 전에 퇴직했다. 특히 2019년도에 '대표 책임 경영' 선포 이후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전 대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좀 더 안전 경영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해서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직원 안전 관리에 관심을 더 갖고 주의를 기울이겠다. 좋은 직장, 안전한 회사를 꼭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2교대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이다. 위험한 작업은 로봇 등 기계로 대체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