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수주됐거나 가능성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직원을 50명 더 뽑아야 하는데, 연초부터 구해봤으나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28일 경남 진주시 에이엔에이치스트럭쳐(ANH) 사봉공장에서 만난 ANH 안현수 대표는 항공우주업계 삼중고 중 하나이자 가장 큰 문제가 구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인력난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인력 공급만 원활해진다면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아쉬운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ANH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인력난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연구·개발(R&D) 시설과 제조 기능이 이렇게 잘 돼 있는 제조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유일하다"며 "그런 KAI도 인력난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KAI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많은 항공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관련 인력이 30%가량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면서 하늘길이 열리고 항공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으나,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뾰족한 해결 방법도 없다.
강구영 KAI 사장은 29일 경남 사천시 KAI 본사를 찾은 취재진에게 "KAI도 그렇지만 많은 협력업체가 (인력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촘촘하게 관리해도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지금처럼 항공 수요가 많은 시기에 사라진 인력이 돌아오면 좋은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신규 인력도 없고,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을 키우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려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경쟁력 강화의 시작은 인력 확보에 있다고 본다. 사천 지역에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정부 주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력난을 비롯한 항공우주 산업계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주항공청 개청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 사장은 "KAI의 2차 성장을 위해서는 뉴 에어로스페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주항공청 같은 단일 기관에서 정책을 세우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 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이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지만,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우주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면 가장 빠르게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이동통신사가 될 거란 우려도 나왔다. 이미 위성통신을 구축할 수 있는 위성을 1만개 이상 올린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오는 2027년까지 총 1만1943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4000개 이상을 올린 중국 궈왕도 2025년까지 모두 1만2992개 위성 발사를 목표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강원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1만이라도 스타링크의 위성통신 요금제를 사용한다면 국내 이통사는 존폐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