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손 차장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관한 결심 공판에서 공수처는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수처는 "검사는 일반 공무원보다 더 강도 높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고 공직선거에서 더 엄격히 중립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책임을 망각해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국기 문란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판에 이르기까지 파일 전송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등 실체를 부인하면서 합당한 변명조차 하지 못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엄벌로 국가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검찰 권한을 남용하는 국기 문란 행위가 반복될 것이고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차장검사는 구형에 앞선 피고인 신문에서 "금명간 탄핵이 예고된 상태라 진술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며 공수처의 질문에 답변을 모두 거부했다.
손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전 당시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죄 혐의 등이 담긴 고발장을 입수한 후 전송해 누설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직원들에게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의 실명 판결문을 열람·수집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로 손 차장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차장검사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조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봤다. 당시 조씨가 받은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수처는 해당 고발장의 최초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애초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손 차장검사와 공모했다고 판단했지만,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닌 점을 고려해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이들과 함께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김 의원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손 차장검사와의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불기소 처분했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역임할 당시 이 사건으로 기소된 손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받은 후 올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손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손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가 다음 날 본회의가 불발되자 철회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12월 1일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손 차장검사는 지난 13일 재판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판결 선고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탄핵을 추진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