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를 향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와 개인투자자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개인투자자들은 포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의결권을 더하는 등 세를 키우고 있다.
KCGI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데 대해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계획에 대해선 "근원적 수익성 개선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비판하며 근본적인 경영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정상화를 요구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운용은 지난 7월 메리츠운용을 인수하고 다음 달 KCGI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 8월 KCGI운용은 첫 번째 수탁 활동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서한을 발송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임과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다.
현 회장은 지난 17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임기 중인 이사회 의장(현정은 사내이사)이 2023년 말 이사 사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CGI운용은 현재 DB그룹과도 DB하이텍 경영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KCGI운용은 투자목적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 회계장부 열람·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허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는 그룹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 운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모인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의 지분율은 22.84%에 달한다. 경영진의 횡령 배임 문제로 거래 정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는 동안 꾸준히 지분을 모았다.
공매도 금지 역시 소액주주들이 모인 포털 카페가 중심이 됐다. 조직적으로 공매도 금지, 개선 요구안을 내며 금융당국이 돌연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역시 공매도 금지 조치에 포함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자 당국은 실태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투자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주식을 소유한 개인은 1424만명에 달했다. 2019년 612만명, 2020년 910만명, 2021년 1374만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에 증가세가 가팔랐다.
소액주주 플랫폼인 액트는 가입자가 벌써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8월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수는 빠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전날 기준 이아이디(20.21%), 대유(15.46%), 셀리버리(15.09%), 엘리비전(13.94%), 이트론(12.92%), DI동일(12.89%), 위니아에이드(11.02%) 등은 소액주주 공동 지분율이 10%가 넘는다.
소액주주연대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거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나오면서 개미들의 행동주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상목 액트 운영사 컨두잇 대표는 "지금도 많은 소액주주들이 컨설팅을 요청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액주주 활동이 충분히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