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와 계열사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외면하고 값비싼 외국산만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을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 지출한 금액만 3160억원이 넘는다. 국산과 비교했을 때 1000배 넘게 비싸다. 해외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국부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과 계열사에서 제출받은 'ERP 시스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전과 계열사가 최근 10년간(2014~2023년) 쓴 ERP 연간 유지보수비용이 1892억6400만원이다. 여기에 초기 구축비 1272억9800만원까지 더하면 10년 새 3165억6200만원을 쓴 셈이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 등이 반영되면서 SAP에 지불하는 연간 유지보수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4년에는 150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연간 유지보수비용이 지난해에는 217억9200만원까지 뛰었다. 올해는 더 늘어나 218억5700만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수익 대부분은 전기요금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 배만 불리는 '국부 유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역대급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국민 혈세인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만 재차 요구하면서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ERP시스템을 몇 년째 외산을 고집하고 있다.
반면 자체 시스템(K-ERP)을 도입한 한전MCS는 연간 유지보수비로 3억원가량을 쓴다. 현재 더존비즈온과 국산독자개발시스템인 K-ERP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으며 내년 K-ERP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하는 게 목표다. 현실화할 경우 비용 절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시스템 통합(SI) 기업 등은 100억원 정도면 한전과 계열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ERP는 기업 경영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라며 "국산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글로벌 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 등 발전공기업 경영악화 상황에서 외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맹신으로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과도한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공기업들이 국산 ERP를 도입할 만큼 국산 소프트웨어도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부유출 방지를 위해 국산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터빈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GE, 지멘스, 미쯔비시 기술을 이기면, 그때 기사를 써보는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