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⑫ 전국 방방곡곡 '순우리말 명소'…'숨은 보석' 찾는 여행의 즐거움

2023-11-2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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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드르니 마을'ㆍ영주 '무섬마을'ㆍ제주 '아흔아홉골' 등

광화문광장에 조성된 세종대왕 동상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를 비롯해 조선시대 문화 융성에 이바지했다 사진김다이 기자
광화문광장에 조성된 세종대왕 동상.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를 비롯해 조선시대 문화 융성에 이바지했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리나라 곳곳에는 순우리말 이름이 붙은 ‘우리말 여행 명소’가 다양하다. 서울과 철원, 태안, 제주, 영주 등 전국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는 순우리말 여행지를 꼽아봤다.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역사 속 특별한 이야기까지 담긴 우리말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은 2022년 새옷을 입은 뒤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는 세종대왕 동상은 유네스코에 선정된 세계기록유산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세종대왕 동상은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마음을 느끼고 한글에 대한 소중함과 위대함을 깨닫게 한다.
 
세종대왕 동상을 중심으로 광화문 곳곳에서는 우리말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세종로공원에는 한글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한글 글자마당’이 마련돼 있다.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 있는 ‘한글 분수’는 세종대왕의 민본 정신과 한글 창제의 근본 원리인 ‘천·지·인’을 토대로 제작돼 여름철 아이들이 분수에서 뛰놀며 자연스럽게 한글을 접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지하에는 ‘세종이야기 전시관’이 자리한다. 세종이야기 전시관은 ‘인간 세종, 민본 사상, 한글 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한글갤러리, 한글도서관 등 총 7개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최초의 한글 연구가이자 한글 교육과 보급에 발 벗고 나선 ‘주시경 선생’과 ‘호머 헐버트 박사’ 동상도 주시경 마당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에서 한글 창제 570주년을 기념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조성한 ‘한글 가온길’은 도심 속에서 한글과 관련된 인물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몄다.
 
드르니 매표소에서 순담 매표소 사이를 걷는 잔도길 사진철원군청
드르니 매표소에서 순담 매표소 사이를 걷는 잔도길. [사진=철원군청]
강원도 철원에는 길게 뻗은 한탄강 줄기를 따라 ‘드르니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던 당시 이곳에 들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탄강을 따라 걷다 보면 쪽빛소쉼터, 맷돌랑쉼터, 돌단풍쉼터, 드르니쉼터 등 순우리말 이름으로 지어진 쉼터도 만나게 된다.
 
충남 태안에는 드르니 마을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드르니항’이 있다. 일제강점기 ‘신온항’으로 불렸던 이곳은 2003년부터 ‘들르다’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을 활용해 ‘드르니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드르니항에서 해안을 따라가면 청포대와 달산포, 몽산포 등 ‘솔모랫길’이란 이름이 붙은 해안 산책로도 있다.
 
영주 무섬마을 사진영주시청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옛 선비들 삶까지 엿볼 수 있는 영주 무섬마을. [사진=영주시청]
경북 영주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옛 선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무섬마을’이 있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수도리는 이름처럼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 안고 흐르고 있는데 중국 섬계 지역 지형과 비슷해 ‘섬계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영주 무섬마을은 휘감아 도는 맑은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펼쳐진다. 소나무와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산들이 강을 감싸 안은 듯한 평화롭고 고요한 마을이다.

제주도로 가면 제주시 노형동에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아흔아홉골’이 자리하고 있다. 아흔아홉골은 원래 ‘백골’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흔아홉골이 아니라 백골이었을 때 제주도 내에 있던 모든 맹수가 백골로 몰려들자 중국에서 온 스님이 불경을 외워 골짜기 하나를 없앴다. 이후 제주도에 맹수가 사라졌다고 한다. 아흔아홉골길은 오밀조밀한 봉우리들이 솟아 있으며 크고 작은 골짜기들 사이로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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