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가량 회담했다.
양국은 개별 현안에서 대립하더라도 공동의 이익 추구를 우선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중·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후 약 1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있다”며 “일본과 중국은 이웃 나라로써 공존·번영해 지역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대국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밝은 일·중 관계의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략적 호혜 관계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06년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주석과 합의한 것으로 후 주석이 2008년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중·일 공동성명에 이를 담았다. 이 성명은 중·일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발전에 영향력을 가졌으며,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골자다. 양국의 정치 체제가 달라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하기 어려운 만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며 “(양국이) 전문가 차원에서 과학에 입각한 논의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중국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회를 요구했으며 “중국과 일본이 협의와 대화를 통해 수산물 수입 규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일본인의 조기 석방 등도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에서의 해양 활동, 대만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중국이 설치한 해양조사 부표의 즉각 철거도 요구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양국이 앞으로도 정상을 포함해 다양한 레벨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중국이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통상 당국 간 중요 광물 관리 등 무역 대화 채널을 신설하고, 기업인들의 안전 확보를 포함한 비즈니스 환경에 관한 협의체를 창설하기로 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15분 가량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기시다 총리를 국빈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역사적인 캠프데이비드 3국(한미일) 정상회담을 토대로, 두 정상은 모든 영역에서 한국과의 3국 협력을 가속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