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 이슈가 방관했다 더 큰 위험에 처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86조원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면서다. 정부가 뒤늦게 IMF 외환위기 등을 거론하며 가계대출 급증 리스크에 대한 엄포를 놓고 있지만 강화된 대출규제 등이 2~3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현장에서 적용되는 만큼 이미 불이 붙은 가계대출 확산세를 막는 데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국은행(한은)이 8일 발표한 '월간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 대비 6조8000억원 증가한 108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달아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전월(+4조8000억원) 대비 증가 폭 또한 2조원가량 확대됐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을 통해 22개월 간 꾸준히 줄어들던 기타대출(245조7000억원)도 한 달 전보다 1조원 늘어나 증가 전환했다. 이는 분기 말 매·상각과 추석 명절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줄어들었던 신용대출이 10월 초 연휴소비자금과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를 중심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차장은 "분기말 요인 등으로 감소했던 신용대출이 월초 연휴 소비자금 및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늘면서 증가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급증세에 우려를 표하며 관리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상황. 최근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윤 차장은 "10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다소 확대된 것은 9월 추석 상여금 유입 효과, 분기별 부실 채권 상·매각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뒤 10월 들어 해소된 영향이 컸다"면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 신청한 대출들이 실행 중이어서 아직 가시적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으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추석 연휴 이후의 주택매매거래 둔화 등이 두 세달가량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규모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