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각 춘천' 이후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아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지었다. '각 세종'이 네이버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 모든 디지털 산업의 엔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일 세종 집현동 각 세종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날 각 세종 1단계 오픈하며 인공지능(AI)·클라우드 비즈니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날 찾은 각 세종은 아직 전체 공간의 6분의 1만을 오픈했음에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서버실에는 3.2m 높이의 랙(서버 보관용 선반)이 빼곡이 들어섰다. 이곳에 쌓인 엔비디아 'H100' 등 수많은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동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며 "AI 시대 도래에 맞춰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각 세종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예비 서버들이 놓인 로봇창고에서는 자율운송 로봇 '가로'와 '세로'가 바삐 움직였다. 랙과 동일한 높이의 세로가 높은 곳에 보관된 서버를 꺼내 가로에 운반하면, 가로가 창고와 서버실을 오가며 이를 배송한다. 가로는 최대 400㎏에 달하는 물품을 운반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서버를 운용하는 만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버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많은 전기를 쓰고 열도 많이 발생한다. 과열되면 서버 운영에 지장이 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조실을 설치했다. 기존 신선한 공기와 물을 이용해 서버를 식히는 시스템을 개선,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온도를 낮춘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 '나무(NAMU)-3'가 적용됐다. 바깥 공기를 활용해 서버실을 냉각하고, 미세먼지·황사 등이 발생했다면 간접 모드로 전환해 이들의 서버실 침투를 막으면서 냉각 효과는 지속한다. 자연을 적극 활용해 기존 냉각기 대비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네이버는 각 세종 가동을 발판으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운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데이터를 연동한 공간을 말한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의 B2B 비즈니스가 하이퍼클로바X 출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각 세종 오픈으로 이러한 비즈니스가 확장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각 세종이 원활하게 운영된다면 다양한 국가와 산업을 아우르는 AI·클라우드 비즈니스 전초기지로 입지를 굳건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중국이 초거대 AI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중동 등에서 현지 사정에 맞는 자체 초거대 AI인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구축하는 데 하이퍼클로바X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AI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자체 기술로 모두 구축한 곳이 드문 만큼 전세계적으로도 이에 주목한다는 설명이다.
각 세종은 네이버 서비스뿐 아니라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통해 구동되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사들의 서비스 인프라 기능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처럼 외부 고객사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것은 검토하지 않지만,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각 세종 인프라나 리소스 등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사과 함께할 계획이다. 앞서 운영 중인 '각 춘천'을 비롯한 전국 7곳의 임대 IDC를 활용한 이중화 백업 체계도 마련했다.
최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가 올해 나오고, 최근 사우디에 기술을 수출한 것 모두 중요한 타이밍에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퍼스케일(초대규모) 데이터센터는 AI 시대 데이터센터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며 "이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각 세종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