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인사평가 자료를 무단 열람하고 상사에게 유출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직원을 해고한 기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회사가 자료 보안관리에 허술했던 탓도 있다는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A 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센터는 인사평가에 활용하기 위해 직원 간 다면평가를 시행했는데, 이를 수주한 B사는 직원 78명의 이름, 소속, 평가 점수, 서술평가 내용 등이 적힌 결과를 정리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문자 메시지로 고유 온라인 주소를 보내 당사자가 자신의 평가 결과를 열람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주소의 마지막 숫자 2자리만 바꾸는 방식으로 다른 직원의 평가 결과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센터는 A씨의 1심 판결 후 그를 해고했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징계 수준이 과하다는 이유로 이를 인용했다. 센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해고 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비위 행위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면평가 정보가 외부에 쉽게 노출된 근본적인 원인은 외주 업체의 안일한 보안관리 방식"이라며 "특별한 노력 없이도 다수가 다른 사람의 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모든 책임을 B씨에게 돌리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A씨가 유출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채우지도 않았고, 보안시스템을 해킹하지 않은 점도 재판부는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