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국제 유가가 15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30일(현지시간)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는 1970년대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으로 확대되면 원자재 시장이 받을 영향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1월물 브렌트유는 각각 82달러, 86달러 인근에서 거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 둔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1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확전 여부를 최대 변수로 꼽았다. 세계은행은 중동전쟁이 초래할 모습을 △소규모 혼란 △중간 규모 혼란 △대규모 혼란 등 3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소규모 혼란의 경우, 2011년 리비아 내전 수준으로 하루 원유 공급이 50만∼200만 배럴 감소해 배럴당 93∼102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과 비슷한 중간 규모 혼란은 하루 원유 공급량이 300만~500만 배럴 감소하고 유가는 배럴당 109~121달러까지 뛴다는 시나리오이다.
가장 심각한 '대규모 혼란'에서는 1973년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 수준의 모습이 나타나고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우려가 있다고 WB는 내다봤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최근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지고 있다. 분쟁이 확산하면 세계 경제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2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량 가격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현실화되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세계 식량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