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내 가계부채와 부동산PF 등 금융권 부실 이슈와 관련해 "질서있게 천천히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며 "빠른 조정으로 오히려 몇몇 기관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넘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PF 부실,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부실 리스크 등이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현 상황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개입해서 안정화시키는 등 일정한 조치를 했기 때문에 말씀해주신 그 많은 문제들이 터지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이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만약 SVB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그에 따라 감내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면서 "조정 와중에 등락하는 지표가 생길 수는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시간을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양경숙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PF, 새마을금고 사태 등 올해 상반기부터 불거진 국내 금융권 전반의 위기를 지적하며 정부와 한국은행에 대한 질타에 나섰다. 양 의원은 "가계부채 총액이 1800조원대인데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차주들의 부담이 3조원 늘어난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만도 1조8000원"이라며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위기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명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또한 정부가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할 수 있도록 10조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발표하고 33조원 규모 국고채 발행 연기, 5000억 규모 배드뱅크 조성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가계부채는 외면하면서 부동산PF 시장엔 세금까지 투입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폭등 속에서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 보호만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동산PF발 위기로 촉발된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시중은행을 통한 RP 구입 압박과 중앙은행 유동성 동원에 대해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한은의 유동성 지원에 대해서는 "영리법인을 여신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 한은법 80조 해석을 우회해 비영리법인인 새마을금고에 여신 공급 가능성을 밝히고 사실상 보증까지 서 줬다"면서 "새마을금고 외에도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중앙은행을 계속 동원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한은을 동원한 적이 없다"면서 "대한민국 시스템 상 중앙은행을 동원한다고 동원해질 것도 아니고 그런 발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오랜기간 여러 논란 끝에 현재 중앙은행인 한은 독립성이 확고히 잡혔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시스템이 전 정부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연속해서 가동이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한 가계부채 및 2금융 부실 이슈에 대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된다는 데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대체적으로 건전성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자칫 과다하게 언급을 하면 불필요하게 시장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는 만큼 절제된 가운데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채 관리에 대한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수 년전부터 나왔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통계 상으로는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6조원 줄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