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려다 사망하게 한 20대 남성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도 이 남성의 살인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6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이후 같은 건물 1층 앞에서 머리 부위 등에 피를 흘린 채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A씨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죄명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변경했고,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은 김씨의 살인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된 목적은 성관계하는 것이었고, 피해자를 창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하거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심에서도 1심 판단이 유지됐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피해자가 추락할 당시 경우의 수를 재현해 봤을 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준강간살인죄가 아닌 준강간치사죄로 본 원심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살인죄 적용을, 김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살인의 고의, 조사자 증언의 증거 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