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중대재해 최다 발생기업인 DL이앤씨의 2대 주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DL이앤씨의 다섯 번째 사망사고 발생일인 2023년 7월 4일 다음날 보통주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국민연금공단의 DL이앤씨 지분율은 2021년 12월 31일 13.0%에서 2022년 12월 31일 기준 11.0%로 2.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네 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한 2022년 10월 20일에는 직전 분기 10.1%였던 지분율이 11%로 오히려 증가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2023년 국내 건설회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기관 중에서도 DL이앤씨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상위 10개 기관 중 상장된 5곳(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5개 건설사 지분율은 △삼성물산(6.8%) △현대건설(8.4%) △대우건설(5.7%) △GS건설(9.5%) △DL이앤씨(11.1%)로 DL이앤씨가 가장 높다.
이 밖에 DL이앤씨는 최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지난해 국민연금이 진행한 두 차례의 ESG 정기평가에서 하위등급(C, D)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중대재해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으며, ESG 평가 체계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은 ESG를 고려해 책임투자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DL이앤씨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며 "그 결과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연금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연금 스스로 중대재해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에 몇 번의 중대재해쯤은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의 DL이앤씨 투자 철회를 통해 기업들이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