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취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KB금융 계열사 11곳 중 9곳 대표이사는 연내 임기가 종료된다. 올해는 '양종희 원년'인 만큼 무리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 성적표에 따라 계열사 대표 운명은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계열사 대표가 모두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서는 최대 80% 물갈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내정자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진행될 CEO 인사는 양종희 체제에서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을 비롯해 △KB증권(박정림·김성현) △KB손해보험(김기환) △KB국민카드(이창권) △KB자산운용(이현승) △KB캐피탈(황수남) △KB부동산신탁(서남종) △KB저축은행(허상철) △KB인베스트먼트(김종필) 등 총 9개 계열사 CEO 10명 임기가 12월 말 끝난다.
우선 이재근 행장은 그동안 윤종규 회장과 손발을 맞춰왔다는 점을 감안해 경영 안정 차원에서 연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리딩뱅크'를 탈환했다는 확실한 성과도 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85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2021년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김기환 대표 역시 나무랄 데 없는 실적을 보여줬다. 김 대표 취임 전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이던 KB손보는 2021년 2813억원, 2022년 5686억원 등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임금 협상에서 회사와 노조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점이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거취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박정림 KB증권 대표다. 2019년 KB증권 대표에 취임한 박 대표는 임기 중 자산관리(WM) 부문 성장을 이끌며 KB증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라임펀드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 이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는 10월 말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KB저축은행과 KB카드, KB캐피탈은 모두 CEO 교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허상철 대표가 이끄는 KB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1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됐다. KB금융 11개 계열사 가운데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곳은 KB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황수남 KB캐피탈 사장도 실적 부문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카드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5% 감소한 1942억원, KB캐피탈은 28.9% 감소한 1068억원을 내면서 부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인사 과정을 살펴보면 양 내정자가 대규모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명확한 성과가 있어야 연임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실적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