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질려 코스닥 떠나는 기업들] 탈출 러쉬에 '2부리그' 오명…시장 위축 피하려면

2023-10-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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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탈코스닥’이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스닥시장을 상징하는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이탈하면서 시장 평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전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코스닥시장을 구성하는 기업에 대해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인 포스코DX·엘앤에프·HLB 시가총액은 18조4134억원으로 전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달한다. 이들 세 곳에 더해 시총 3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까지 코스피 상장사인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될 예정인 만큼 코스닥 시총 3·4·5·6위가 모두 시장을 떠나게 된다.
 
주목도가 높은 대형주들이 공매도와 저평가를 피해 탈코스닥에 나서면서 코스닥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전상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시총 최상위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할 때마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둥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오명을 씻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이탈은 중소·벤처기업의 모험자본 조달이라는 코스닥시장만의 경쟁력도 옅어질 수 있다. 바이오, IT, 이차전지 등 성장주들이 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오션플랜트를 비롯해 2017년 카카오, 2016년 동서, 2008년 네이버 등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했다.

포스코DX, 엘앤에프 등과 같이 코스닥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술기업의 이탈 역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술기업 시장으로 차별성을 갖춰나가는 게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잠시 거치는 시장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인상이 짙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하며 중소·벤처기업이 상장하는 사례가 많다.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장 후 이전이 지속된다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하는 시장이라는 코스닥만의 차별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코스닥시장 대형 상장사의 이전상장은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코스닥시장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킨다. 시장 규모 축소, 투자자 기반 위축으로 이어지고 우량 기업으로 하여금 신규 진입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이전상장 목적이 기업가치 증대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전상장한 기업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높은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이전상장은 상위 시장 상장을 통한 인증 효과, 기업 인지도 제고, 기관·외국인 투자자 저변 확대, 자금 조달 확대 등과 같은 목적보다는 코스닥시장의 부진한 성과와 유가증권시장 대비 저평가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이 개인 위주 시장이라는 점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투자자별 거래대금 비중을 살펴보면 개인이 8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외국인은 10%, 기관은 4%였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이 60%, 외국인이 21%, 기관이 19%로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문제는 이전상장이 기업 고유의 의사 결정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평판 문제인 만큼 코스닥시장을 어떤 기업들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상장 요건 완화 등을 통해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준석 자본시장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 중소·벤처·기술기업 상장 기회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상장기업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진다면 코스닥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약화시키고 추가적인 저평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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