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발목잡는 소송 下] 한가원 그늘 아래 변호사들 줄퇴사..."이행원 독립권 줘야"

2023-10-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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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원 그늘 아래 채용공고 내기도 어려워

사실상 '원'이 아닌 '사업 본부'

변호사 이탈에 양육비 소송 직접 지원도 축소

 
줄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이행관리원 변호사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다. 주원인은 초봉 3000만원대 수준인 열악한 처우로 지목됐지만 한가원과 빚고 있는 갈등이 사명감으로 일하던 변호사들을 퇴사하도록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에 대한 권한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이 쥐고 있는 조직 구조가 이행원 변호사들로 하여금 퇴사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원 인력 충원이 더뎌지면서 양육비 소송 지원의 한계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한 부모 가정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행원 변호사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고 열악한 처우로 추가 채용은 2021년부터 이뤄지지 않는 등 이행원 인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양육비 소송을 직접 지원하는 '이행확보부' 변호사는 2018년 16명에서 현재 6명으로 축소됐다. 
이행원은 양육비 이행 상담·소송·추심·사후감시(모니터링) 등 양육비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3월 설립됐다. 그런데 주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 추가 채용이 2021년에는 아예 이뤄지지도 않았다. 같은 해 이행원을 두 개 부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이 단행되기도 했다. 이행원 관계자는 "당시 변호사 채용 대신 그 인력을 다른 곳에 운용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며 "위탁이 있는데 굳이 직접 소송을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인' 아닌 이행원, 소송대리인도 못 돼

이행원은 조직 구조상 독립된 '원(院)'이 아니라 '사업본부'로 취급된다. 이행원은 가족정책 전문기관인 한가원 아래 두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조직도상 가족 사업을 하는 다른 본부와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등 오롯이 이행원 측 의사가 반영된 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옥상옥' 조직 구조는 업무 자체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행원 변호사들이 소송 지원을 하더라도 소송 대리인은 특수법인인 한가원 이름으로 등록된다. 그런데 한가원은 법 관련 전담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전자소송을 진행할 때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처럼 대표 계정을 생성할 수 없다. 기관 차원의 데이터가 없다 보니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퇴사하면 그 변호사가 맡았던 소송을 인수인계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사임계를 각 사건에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행원 변호사가 줄퇴사하는 주된 원인은 초봉 3000만원대 수준인 열악한 처우 때문으로 알려졌으나 권한 미비도 퇴사 결정을 부추긴 것이다. 이행원 관계자는 "적은 보수임에도 공익 사업을 한다는 보람으로 직원들이 버텨왔다"며 "그런데 더 많은 한 부모들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지향점에 반대되는 결정과 그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 때문에 퇴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가원은 이행원 측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지난 5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주장한다. 한가원 측은 "이행원 인력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며 "올해 12월까지 인력 배분을 다 마치기로 했다. 다만 이행원으로 인력을 보내면서 다른 본부 일은 늘어나는 등 각 본부마다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지원 못 받는 한 부모 갈수록 늘어
 
문제는 이 같은 이행원 실무자의 부침이 양육비가 시급한 양육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행원 설립 이전에는 양육비 소송 지원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위탁 지원' 방식이었다. 이행원이 '직접 지원'에 나선 후 양육비 이행률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행원이 접수한 소송 중 양육비 지급이 성사된 비율은 2015년 21.2%에서 지난해 40.3%로 증가했다.
 
이행원 관계자는 "직접 사건은 신청인들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락을 한다"며 "재산 조회도 비교적 빨리 진행되고 결과가 나오면 바로 '은행에 예금 있으니까 저희가 집행하겠다'고 전하는 등 소통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이행원 측 도움을 받았던 A씨도 "양육비 채무자는 일반 채무자와는 다르다. 미지급은 아동 학대"라며 "금전채무는 간단하지만 양육비는 아이 상황과 필요성·고의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행원 업무가 활성화하기는커녕 변호사 이탈로 주춤하고 있다. 특히 직접 소송 지원 부서 변호사 인원은 올해 기준 6명으로 축소됐다. 변호사 한 명이 하루에 15건을 처리하는 수준이다. 양육비 직접 소송 비율은 2018년 23.8%에서 지난해 19.6%까지 줄었다. 인력 부족 때문에 현재 소송 지원도 수도권 위주로 제한돼 있다. 
 
전문가들은 한 부모에 대한 양육비 소송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소송 확대를 주문했으나 유일한 전담기관인 이행원이 한가원 아래에 있는 이상 권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지난 6월에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이행원을 독립법인화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이행원이 한가원 내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예산·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해 양육비 이행 지원 사업 실효성이 위축된다"며 "이에 이행원 독립기관화와 분원 설치를 통해 이행 지원 전담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려 한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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