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War)플레이션 재습격] IMF, 韓 내년 성장률 낮춰…'중동 사태' 최대 복병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최근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 주요 기관 중 한국 성장률을 내린 것은 IMF가 처음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인한 중동발 리스크가 고유가 기조 장기화로 이어지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10월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7월 전망과 동일하게 1.4%로 유지했다. 반면 내년 성장률은 당초 2.4%에서 2.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다른 주요 기관들과 다른 판단이다. 지난달 19일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5%, 내년 성장률을 2.1%로 유지한 바 있다. 이튿날 ADB 역시 올해 1.3%, 내년 2.2%로 종전과 동일한 전망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 이스라엘, 하마스 상대 무차별 공세 지속…순탄치 않은 휴전협상
•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안 수용 불구 공격 재개…휴전 기간 놓고 이견

IMF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종식에 따라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미국과 스위스발 금융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제조업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지는 건 악재로 짚었다.

이에 글로벌 경제성장률에 대해 올해는 3.0%로 유지한 반면 내년 성장률은 0.1%포인트 내린 2.9%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다. 중동발 초대형 악재가 출현하면서 기재부와 한국은행, IMF 등이 공히 전망한 올해 1.4% 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내년 2%대 성장률 유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 여파로 향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아직 사태 초기라 국제 금융시장 움직임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향후 전개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하마스가 공격에 나선 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3% 올랐는데 변동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주변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주요 기관들 간에 국제 유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던 상황이라 당분간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며 "당장 원유 수입에 타격은 없겠지만 이란 등 주변국으로 전쟁이 확산돼 중동 전체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