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1년 전보다 24조원 이상 감소했다. 소득 증가세가 더딘 가운데 소비와 주택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기업도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조달 자금을 크게 줄였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해 2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2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52조9000억원에 비해 24조3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송재창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지원금 등 이전소득 축소로 가계 소득 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했지만, 소비 증가세는 이어지고 주택투자도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 감소했다. 반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2분기 7만5000호에서 올 2분기 9만4000호로 늘었다.
부문별 자금 운용은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1년 사이 24조6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24조원 이상 급감했다.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과 보험·연금 준비금도 각각 11조원, 10조원 감소했다.
가계 전체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기준 44.5%로 1년 전(43.1%)보다 늘었고 주식도 18.5%에서 20.1%로 증가했다.
가계의 2분기 자금 조달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36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금융기관차입액(대출)이 30조6000억원에서 10조8000억원까지 20조원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비금융 법인기업은 2분기 순자금 조달 규모가 21조1000억원으로 31조3000억원 줄었다. 금리 부담에 금융기관차입액(17조3000억원)이 50조원 가까이 줄어든 데다 채권 발행(4조원)도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된 영향이다.
송 팀장은 "경기 불확실성 등에 따른 투자 부진과 유가 하락을 비롯한 비용 부담 완화로 기업의 순조달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순자금 조달액도 1년 사이 22조3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 부진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했지만, 지출이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