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외교 행보가 바빠졌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독립·자주의 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협력은 제3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제3자의 간섭을 받지도 않으며, 제3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일방적 행위와 패권주의, 진영 대결이라는 역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시대의 진보와 흐름에 따라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고, 국제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진정한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세계 다극화를 이끌어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가 밝힌 왕 부장의 발언은 좀더 수위가 높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한 뒤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해결 시도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복잡해진 중국의 속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BBC 등 외신은 중국이 북·러 상황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도 최근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점을 주목했다. 북·러 상황에는 대리전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미국과 관계 개선으로 외교적 공간을 넓힌다는 이야기다.
BBC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회담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국은 북한의 유일하다시피 한 대외 무역 국가인 동시에 러시아 원유의 막대한 수입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국 모두의 특수관계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코롤레프 뉴사우스대학교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에 무슨 일이 있든 중국이 알 수 없을 리가 없다. 중국의 승인 없이 그들이 군사 협력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방문에 앞서 왕 부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몰타에서 회동했다. 이어 한정 중국 부주석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회담을 가졌다. 중국과 미국의 연이은 고위급 회동은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