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채 1년물 금리가 4%대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 증가와 고금리 수신상품 만기 도래 등으로 발행 수요가 늘면서 금리 상승 압박이 커진 가운데 우량물인 은행채 자금 쏠림으로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4.04%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8월 18일 기준 3.85%)과 비교해 0.19%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5%대까지 치솟은 이후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4월 3.5%대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 채권시장 금리를 밀어올리면서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늘어난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은행채를 발행했다. 실제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3조7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거래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연속 감소하던 국내 가계신용(빚) 잔액은 지난 6월 말 186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주담대만 역대 최대치인 14조원 이상 급증했다. 최근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져 5대 은행 주담대 잔액(9월 14일 기준 515조6173억원)은 5월 말(509조6762억원)보다 6조원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은행채 발행 확대와 금리 움직임이 추가적인 시장금리 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 수신금리 상승세는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단기자금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채 발행 급증세가 다른 채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고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 금리를 더 크게 올려야 하는 등 자칫 기업 자금 조달 이슈로 불똥이 튈 여지도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은행채 발행 급증세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별 발행 한도를 거의 소진한 상태인 데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만큼 조만간 진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관계당국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여타 변수 등 과열 현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단기자금시장 위축을 경험한 만큼 정부와 한은이 이번 자금시장 이슈를 주목하고 있어 작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추석과 분기 말 자금 수요 확대나 국고채 시장 내 약해진 매수 심리 등 외부 변수도 있어 일시적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