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불량국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립된 '전범국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보란 듯이 손을 맞잡았다.
양 정상은 이날 오후 1시 10분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1000㎞ 떨어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첫 정상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환영 인사를 전한다.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면서 "이번 회담 장소로 우주기지를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의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고자 2012년 새롭게 건설한 곳이다. 부지 면적만 약 550㎢로 약 5㎢ 규모인 나로우주센터보다 100배 이상 크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걸으면서 소유스-2 우주 로켓 발사 시설 등 기지 내부를 직접 안내했다.
양 정상은 우주 비행장에서 비공개로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했다. 기자회견은 없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경제적 유대, 문화 교류 등 양국 간 협력과 국제 사회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논의되는가'라는 질문에 "이웃 국가로서 공개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인정했다. 결국 재래식 무기 거래를 중심으로 군사기술 협력,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 식량‧에너지 지원, 유엔 대북제재 해제 등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김 위원장이 해외에 있을 때 도발을 감행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부재 속에서도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첫 번째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50㎞, 최고 고도는 50㎞로 분석됐다. 순안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직선거리가 350㎞다.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650㎞, 최고 고도 50㎞로 추정된다. 순안에서 제주도까지 직선 거리가 650㎞이기에 남측 전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