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EAS에서 "북한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 결의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과 무기 거래를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러시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리창 중국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해 윤 대통령 발언을 지켜봤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필리핀 등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중국 간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영유권 갈등에 대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 원칙"이라며 "한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과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원칙을 재확인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항행·비행 자유 수호' 등은 통상 미국이 중국에 대해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를 소개하고 "3국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한·미·일을 하나로 묶는 동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 위반'임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하고,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21년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내부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와 인도적 위기에도 우려를 제기하고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JCC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취임 후 첫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 최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양측은 경제 교류 활성화,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한국 개최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