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하드웨어 자체가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기 보다는 로봇이 인간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중점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로봇 산업의 바람직한 미래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7일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3 GGGF)'에서 'AI 시대의 로봇'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조명했다.
하지만 로봇이 제조 등 실제 업무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밀도 1위 국가라는 점이 무색하게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절대적인 근로 시간은 길다. OECD 조사 결과 한국인은 연간 1908시간을 일했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1687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독일인은 연간 1332시간을 업무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등 핵심 산업군에 로봇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을 비롯한 해외 자동차 업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오는 2030년, 늦어도 2040년까지 모든 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기에 노동인구 감소와 제조 현장 근무의 위험성 등 요인도 겹치면서 로봇이 실제 인력을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손 원장은 "제조 업무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면 사람이 근무하기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더러운(dirty) 3D 업무 환경에서 자동화되고(automatic), 깨끗하고(clean), 쉬운(easy) 에이스(ACE) 환경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DX)과 로봇 전환(RX), 사용자 경험(UX) 강화 움직임에 AI 기술력이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미국 오픈AI가 생성AI 챗봇 서비스인 '챗GPT'를 만들기 위해 초거대 언어모델을 학습시켰다. 자율주행차나 산업용·군용 다족 보행로봇,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작동하게 하는 데도 AI가 핵심 역할을 한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열린 미국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 주최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간을 3차원(3D)으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탈 것 이동, 도보 이동과 기구 사용도 할 수 있다. 전신 근육이 굳어가는 파킨슨 병 환자가 뇌에 AI 칩을 이식하면서 정상 생활이 가능해진 것도 모두 로봇 기술과 AI가 발달한 덕분이다.
AI 로봇 시장은 전 산업군에 걸쳐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 성장은 규제에 막혀 있다. 국내 AI 로봇 확산 사례는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첨단로봇 규제혁신방안'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례 24건에 그쳤다. 손 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과학·기술 분야 사업 예산 (증액)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학·기술·산업인들이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주력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크게 방향성을 갖고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