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신경쟁 재점화…예금·대출금리 연쇄 상승하나

2023-09-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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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가 4% 선을 위협하고 금리 상단이 연 4%를 넘어서는 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늘어나는 등 금융권에서 수신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 규모가 커 금융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연쇄 작용을 통해 대출상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인 4일 1년물 은행채 금리는 3.922%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순 3.8%대 초·중반에서 유지되던 것과 비교하면 0.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하순부터 빠르게 상승해 28일 3.9%대로 올라선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물 은행채 금리가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10일이 마지막이다.
은행채와 더불어 은행 주요 자금 조달책 중 하나인 예금상품 금리도 오름세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SC제일은행(e-그린세이브예금), DGB대구은행(DGB함께예금·IM스마트예금), Sh수협은행(Sh첫만남우대예금), BNK부산은행(더 특판 정기예금)이 내놓은 상품 총 5개가 연 최대 4%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예금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44조967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조985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금융권 수신 경쟁이 재점화한 것은 하반기 들어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채권 금리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예금상품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상당한 규모로 예치됐고 그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로서는 현금을 쌓아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달부터 연말까지 4개월 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가 65조1906억원에 달하고 부실채권 증가로 인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것도 금융회사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금융권 수신 경쟁이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대출상품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채 금리와 예금상품 금리 상승은 금융회사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달 비용 증가는 시차를 두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변동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은행채·예금상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이후 대출상품 금리도 뒤이어 급등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강하게 압박해 시중금리 인상을 억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현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그러나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앞선 경험처럼 대출금리도 급등할 수밖에 없어 은행들도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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