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신경전...바이든 "허리케인 피해 점검" vs 디샌티스 "구호에 방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주를 찾았지만 론 디샌티스 주지사를 만나지 못했다. 공화당이 대선 경선 정국으로 들어가면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NBC·ABC 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이달리아' 피해와 복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질 바이든 여사와 플로리다주 라이브 오크를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플로리다주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는 여러분을 등지지 않았으며 미국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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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도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대통령이 '재난지역 선포'를 하면 소속 당을 불문하고 해당 주지사가 지원에 감사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를 디샌티스 주지사가 깬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호가 오히려 구호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NBC에 보낸 입장문을 보내 "디샌티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시) 보안 준비로 인해 지역 사회는 현재 진행 중인 복구 노력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력 복구가 계속되고 구호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에 백악관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재난 복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물론 플로리다 주 정부 및 지역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계획했다"며 이번 결정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망하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들은 대선 경선 후보인 디샌티스 주지사가 당내 경선을 의식한 조치로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 내부에 경선 후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디샌티스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며 "디샌티스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뒤처져 있지만, 이번 경선에서 다른 공화당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비슷한 예로 내년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를 지목했다. 2024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당시 현장을 방문한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해 비판 받은 바 있다. 

한편,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경선 토론에서 하와이 화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 등의 이유로 하와이 마우이 화재 현장 방문이 늦어져 비난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