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기상이변 일상화 …노후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2023-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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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요즘 비 오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 하늘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비인지 폭포인지 모를 정도로 쏟아져 내린다.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 가운데 도로에 구멍이 나고 산사태가 발생한다는 뉴스가 빈번하게 들려온다. 필자 개인적으로 아직은 뉴스에서나 접하는 소식이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이런 현상이 나의 지인이나 가족, 어쩌면 나한테까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그만큼 폭우나 태풍은 기존의 상식이나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강도와 빈도로 발생하고, 우리 주변의 인프라는 노후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 인프라 중에서 30년 이상된 노후 인프라는 얼마나 될까. 먼저, 통상 인프라라고 불리는 것들은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줄임말이다. 도로, 철로, 다리, 에너지, 상하수도와 같이 일상적인 생활에 필수적이면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그리고 국가의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기반시설이라고도 불리며, 이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면서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거나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편의와 공익을 제공한다. 도로나 철로, 다리 등의 면면을 보아도 그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지고 난 후 유지 및 보수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큰 비용을 들여 관리를 하고 개선 및 개량을 거쳐도 그 수익이 돌아가는 주체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누가 보수를 할 것인가, 누가 유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인프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연말 기준으로 교량이나 도로, 상하수도, 댐 및 하천 등과 같은 16만5000여 개의 전체 인프라 중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인프라의 비중은 약 3만개로 1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시설물별로 살펴보면 댐 중에서 준공 30년 이상된 노후 댐의 비중은 63.9%를 차지해 댐의 노후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항만인데, 전체 항만 중에서 30년 이상된 노후 항만의 비중이 26.2%를 차지했고, 하천도 전체 하천 시설물 중 30년 이상된 하천 시설물의 비중이 2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물 관리 분야에서 노후된 시설물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30년 이상 노후된 인프라 비중은 2025년에는 27.4%, 2030년에는 43.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응이 필요하다.

 
자료  국토안전관리원
[인프라별 30년 이상 사용 비중. 자료 : 국토안전관리원]


단순히 오래된 시설물을 보수하고 개량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의 강도 심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강수량이 증가하고 특히, 집중호우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여 시설물이 감내할 수 있는 용량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 하천의 배수 용량을 설계하는 측면에서 기존 100~200년 중에서 하루 동안 올 수 있는 최대한의 강수량을 흘려보낼 수 있는 하천 배수 용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최근 잦아진 폭우로 인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행정안전부는 그 최대 강수량 기준을 500년 중에서 하루 동안 올 수 있는 최대한의 강수량을 처리하는 용량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조치하였다. 이러한 기준 변경은 천재지변이 일상화되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노후화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현재 시민들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맞춰 줄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의 현대화 또한 필요하다.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자동통제시스템을 구축·보완하고, 내비게이션이나 CCTV 등의 장비를 이용한 실시간 통제 상황 안내 등은 이미 우리가 익숙한 시설들이다. 한국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ICT 첨단기술을 활용한 원격제어·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은 물론, 자원순환 기능을 활용하여 물 자원의 재활용이나 순환 솔루션을 적용할 필요성이 높다.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여 천재지변 수준의 피해까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면서 시민들에게 편의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원한다. 국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투자를 감당하는 것보다는 민간의 역량도 가미하는 것이 투자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일 것이다. 민간이 노후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투자 사업의 유형과 방식이 다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사업 참여는 수익성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각자 기업의 상황과 형편을 감안하여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투자 방식에서 유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에는 공모 확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경우에는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한 재원조달 등의 방법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의 투자 유형의 범위를 개방하여야 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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