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원/달러 환율 왜 이리 올랐나..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2023-05-01 13:47
  • 글자크기 설정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오랜만에 여름 휴가로 해외여행, 그중에서도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던 환율을 보니 지금 미국 여행을 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40원 정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경제 위기라고 할 때 환율이 1200원 수준까지 올라가곤 했었는데, 지금은 특별히 위기라고 할 정도가 아닌데 12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제 1200원은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고 할 때의 환율 수준이 되어 버렸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왜 이렇게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경상수지가 상당 기간 동안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가계부(家計簿)라고 할 수 있는 국제수지,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포함하고 있다. 상대적인 비중을 고려해 보면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경상수지의 규모를 결정한다고 보면 되겠다. 상품수지는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데, 요즘 우리나라 무역 현황을 보면 올해 상품수지의 흑자 달성이 그리 쉬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515억 달러를 달성하여 전년동기대비 –12.6% 감소했다. 수입액은 174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2%를 기록하였다. 결국, 올해 1분기 수출입액은 225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2분기를 포함하여 그 이후에도 상품수출입은 적자를 유지하거나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흑자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수출 상품 구조가 반도체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수출 기반이 그리 견고하지 않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가 주도했지만, 그 이외 품목에서는 수출 증가율이 2%대에 머물러 있었다. 반도체 분야의 수출이 국내 수출을 이끌었고 반도체 수출은 좋은데, 그 이외 품목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가 심하게 편중되어 있다. 지난 몇 년간은 반도체 경기 호황 및 수출 증가로 전체 수출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른 산업들의 수출 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자 전체 수출도 적자를 보이면서 달러의 국내 공급이 쉽지 않게 되었다. 국내 달러가 귀해지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상승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이유 중 또 다른 주요한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 당국인 연준(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입장에서 보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조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있었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받는 것은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였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하여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로 인해 경기가 좋아지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마땅한데, 요즘 미국 경제를 보면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기 힘들게 되었다. 미국 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률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강건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1.1%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렇게 낮은 성장률이 실제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 및 설비투자가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를 지탱한 것은 소비 천국답게도 소비 지출이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가격지수가 올해 1분기에 전기대비 4.9% 상승했다. 이는 작년 4분기의 상승률이었던 4.4%를 넘어선 것으로 기존에 팽배했던 물가 하락 예상을 반등시킨 것이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줄어드는 등 미국 고용시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성장률, 소비 및 고용이 여전히 양호한 모습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미국 기준금리는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 경제를 지탱시키는 수출 활력이 예전과 같지 않으면서 국내 달러 공급 여력이 낮아지고 있는 현 상황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과 달리 경제 위기 수준에서나 볼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는 생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딱히 어떤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일개 소시민은 이렇게 환율이 높으면 해외 여행 일정을 줄이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비전있는 대응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환율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책 당국자와 시장 참여자들의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품목이나 수출 시장에 대한 편중성을 완화하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래 성장 지향적인 산업 및 지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뿐더러, 이를 위한 인력 충원에도 범정부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