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는 중국 부동산 재벌 비구이위안(碧桂園)이 광저우 금싸라기 주상복합 타운을 매각한 자금 약 2300억원을 아파트 공사 완공에 투입할 계획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25일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촌(廣州亞運城) 프로젝트 지분 26.67%를 12억9150만 위안(약 2343억원)에 중하이부동산에 매각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남방도시보 등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촌은 광둥성 광저우에서 잘나가는 주상복합 타운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당시 건설됐다. 2010년 1차적으로 2000호 가구를 분양하는 데 5000명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몰이했다. 당시 분양가는 ㎡당 1만2000위안(약 217만원)이었다.
2017년 추가 분양 당시엔 57억7400만 위안어치 아파트를 팔아 광저우 사상 단일 아파트 기준 최고 매출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모두 106억 위안어치 아파트가 팔려 광저우 부동산 시장에서 단일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매출액 100억 위안도 돌파했다. 이후에도 추가 분양을 할 때마다 매번 광저우 아파트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싸라기 아파트'다.
비구이위안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촌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아파트 프로젝트 완공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아파트 매출 1위 부동산기업인 비구이위안은 앞서 디폴트를 선언한 또 다른 부동산 재벌 헝다보다 4배 많은 아파트 사업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경영보는 비구이위안이 올해 하반기에만 40만여채, 내년과 내후년에도 40만채 주택을 완공해 인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만약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면 협력 하청업체 대금이 체납되는 것은 물론, 아파트를 이미 분양받은 주민들의 대출 상환에도 문제가 발생해 사회적 불안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 발생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분양자들이 몰려와 항의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비구이위안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협력사인 건자재, 가구 인테리어 기업들의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21일까지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최소 49개 상장사가 투자자로부터 비구이위안 프로젝트 연관성과 매출채권을 묻는 질의를 받았다.
다행히 현재 타일업체 멍나리사(蒙娜麗莎), 주방가전업체 화디(華帝), 욕실기업 후이다(惠達) 등은 공시를 통해 비구이위안과 업무 협력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유동성 위기가 현재 회사 실적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7일 액면가 각각 5억 달러의 달러채 2건에 대한 이자 총 2250만 달러(약 296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한 달간 유예기간 내에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가 선언된다.
내달 2일에도 비구이위안 채권 '16비위안05'의 미상환액 39억400만 위안어치를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 비구이위안은 지난 25일 저녁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해당 채권 상환기한을 3년 연장하고 총 7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논의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채권자들이 전액 상환을 요구하면서 회의는 일단 이달 31일로 연기된 상태다. 향후 이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비구이위안의 디폴트가 사실상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비구이위안이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고 남은 채권에 대한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등 채무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구이위안은 이를 위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이미 재무고문으로 고용했으며, 지난 14일부터 역내 채권 11건(총 157억200만 위안)에 대한 거래도 정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