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비구이위안·완다 등 중국 부동산 재벌에 이어 이번엔 중국 상업용 부동산 대부 격인 소호차이나가 현지 지방정부에 토지세도 제때 내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부동산 부문에 잇단 경고음이 흘러나오는데도 중국은 과거처럼 공격적인 ‘돈 풀기’엔 신중한 모습이다.
中 부동산 장기침체에···토지稅도 못 내는 부동산 재벌
21일 상하이 현지매체 상관(上觀)신문에 따르면 소호차이나는 앞서 18일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회사인 왕징소호 부동산이 토지증치세 19억8600만 위안(약 3637억원)을 체납했다고 밝혔다. 토지증치세는 토지 매각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호차이나가 본래 지난해 9월 1일까지 납부해야 할 세금이 17억3000만 위안이었으나, 1년 가까이 체납되면서 매일 0.05%의 과태료까지 붙었다. 현재까지 소호차이나가 납부한 세액은 고작 3060만 위안이다.
소호차이나는 이로 인해 향후 일부 은행 대출에 크로스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토지증치세가 납부 불이행으로 처리되면 소호차이나의 다른 은행 대출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소호차이나는 세금 체납에 따른 자산 압류와 경매, 벌금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 세법에 따르면 중국 현지 지방정부는 체납금의 50%에 대해 최고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해 매각할 수도 있다.
주택보다는 사무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사업에 주력하는 소호차이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무실 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올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 감소한 1361만 위안에 불과했다. 현금보유액도 고작 6억2700만 위안에 불과하다.
소호차이나는 현재 주요 은행과 보충계약을 체결해 약 72억 위안 상당의 대출 상환 일정을 늦추는 등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호차이나의 총부채는 315억1900만 위안으로, 은행 차입금은 약 160억 위안이다. 대출을 위해 은행에 담보로 잡힌 부동산 자산도 540억 위안어치로 집계됐다.
소호차이나의 디폴트 위기는 최근 헝다·비구이위안·완다까지, 중국의 내로라하는 부동산 재벌들이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려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가운데 터진 또 하나의 악재다. 최근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로 고조된 부동산 유동성 위기는 중룽신탁 환매 중단 등 금융권으로까지 번지며 중국 정부는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린 상태다.
기준금리 '찔끔' 인하···이대로면 성장률 '5% 달성'도 어려워
중국 경제의 잇단 경고음에도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공격적인 경기 부양엔 신중한 모습이다.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1bp=0.01%포인트) ‘찔끔’ 인하했다. 이로써 1년물 LPR은 연 3.55%에서 3.45%로 내려갔다. 특히 이날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은 연 4.2%로 종전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은 지난 6월엔 1년물·5년물 LPR을 각각 10bp씩 인하했다.
이는 최근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부동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인민은행이 이날 1년물·5년물 LPR을 각각 최소 15bp씩 내릴 것이란 시장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실망감에 이날 중국 증시도 장중 1%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장을 이어갔다.
특히 5년물 LPR 동결을 놓고 중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조정 등 부동산 관련 새 부양책의 효과를 확인할 '정책 관찰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현재 저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이 축소돼 은행 수익성이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일단 5년물 LPR을 동결해 은행의 숨통을 틔운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시중은행들엔 중소기업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투자를 늘려 실물경제를 지원하라는 긴급임무가 주어졌다. 인민은행은 20일 금융감독관리총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주요 시중은행이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대출 투자를 늘려 실물경제를 지원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더 큰 폭의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통화부양책과 함께 각종 경기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연초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5% 안팎'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 JP모건(4.8%), 바클레이즈(4.5%)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이미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쉬텐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경제학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재 중국 경제는 50bp 이상의 LPR 인하를 필요로 한다”며 “뿐만 아니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성장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지출 등 실질적인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중국 정부가 약 275조원을 투입해 지방정부 부채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보도가 흘러나왔다. 2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정부가 톈진·구이저우·윈난·산시·충청 등 12개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해 1조5000억 위안(약 275조원) 규모의 특별 금융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 속에서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토지양도 수입에 의존해 온 각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