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달라진 환경 속 유커의 귀환…한한령 이전 같진 않을것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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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을 풀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사태 여파로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이 중단된 지 6년 5개월 만이었다. 

2020년 정부가 제시했던 '방한 외국인 수 2000만명 유치' 목표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확산세에 좌절됐다. 지난해 각국이 여행 빗장을 푼 이후 방한 관광객 수 역시 급증했지만 상황이 예년 같진 않았다.

방한 중국인 수는 특히 심각했다. 사드 배치 전인 2016년 807만명에 달하던 방한 중국인 수는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 여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행 규제가 풀린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는 한국행 단체관광을 해제하지 않은 탓에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수는 23만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전체 방한객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54만6000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19.5%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46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2018년(-70억6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치였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 다수는 "방한 단체관광만 풀리면 예년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6년 반 만에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격 허용했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유통·여행·화장품·면세·카지노 등 관련 업계는 잔뜩 들뜬 분위기 속에서 유커 모시기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유커의 복귀는 관광 수입 증가와 관광수지 적자 규모 축소를 가져오며 국내 관광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는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맞물린 '황금연휴'인 만큼 관광객이 몰리면 관광수지 적자도 한층 개선될 것이란 입장이다. 

최악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만큼 올해는 방한 중국인 수가 300만명에 달하고 내년에는 2019년 수준인 600만여 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유커의 귀환이 한한령 이전에 비해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내 경기 침체다.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부진한 소비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해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게다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맞물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3%로 시장 전망치(7% 초반)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0.3%로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며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중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줄고 항공권 가격은 크게 올랐다. 여행자 부담이 커진 만큼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 수는 우리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이 자국민에 대해 단체관광을 허용한 6월에 태국과 싱가포르, 스위스를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 

유커가 몰려온다고 해도 여행 씀씀이가 예전과 같을지도 미지수다.

한한령, 그리고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국 물가는 올랐고 유커의 구매력은 떨어졌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자유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더는 유커의 파워를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분위기는 마치 한한령 이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그저 중국인 단체 관광객 31명을 유치했다는 사실이 기쁜지 정부와 업계는 일주일 내내 이를 쉴 새 없이 홍보하고 있다. 상품 원가를 무시한 덤핑 관광(저가 관광)을 기획해 유커 유치 작전에 돌입한 업체도 수두룩하다. 

유커 몇 명을 유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얼마나' 만족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정부와 업계는 몇 년 새 확 달라진 상황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마치 대단한 성과처럼 떠들어댈 시간에 유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관광 콘텐츠를 기획해야 할 때다. K-팝에서 파생한 K-시리즈에만 의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중국이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했다고 해서 단숨에 한한령 이전처럼 영광을 누리던 때로 돌아갈 것이란 단꿈을 꾸고 있다면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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