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승리"...수천만원 배상에도 억대 위약금, 소송 망설이는 점주들

2023-08-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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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에 시설비·인테리어비·일시 지원금 등 포함

"위약금 현실화하라"...제도 정비 촉구하는 점주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A씨는 2020년 1월 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가맹본부는 월 예상 매출을 최소 1000만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상 해당 점포 월 매출은 300만~600만원 수준에 그쳤다. A씨는 기존 가맹금 등 76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맹본부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가맹금 상당 부분이 인테리어와 설비 등에 사용됐다는 점과 정산·위약금 등을 고려해 책임을 2370만원만 인정했다.

# 2021년 B씨는 하루 매출이 140만원이라는 가맹본부 측 설명을 듣고 한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예상 매출액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B씨는 계약기간 전 폐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9000만여 원에 달하는 위약금과 정산금이 남아 있었다. 민사소송도 고려했지만 재판까지 걸리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이를 포기했다. B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위약금을 일부 감면받았지만 여전히 7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장치가 있음에도 여전히 과도한 '위약금 물리기' 행태로 인해 제도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본부 측 법 위반이 인정돼 손해배상이 이뤄져도 시설비와 일시 지원금 등 사실상 위약금이 점주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등 위약금 여전히 과다···편법 부과도 횡행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이례적으로 편의점 가맹사업자 GS리테일이 허위·과장 광고로 점주에게 피해를 끼친 사안에 대해 점주에 대해 영업 적자와 권리금 등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본지 8월 3일자 14면 참조> 다만 재판부는 각종 위약금과 가맹 계약금에 대해서는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주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처럼 점주가 가맹사업법 등 법을 위반한 본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법조계에서는 설명한다.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 자체가 제한적이고 책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배상액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시설비 등 과도한 위약금 부과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실정이다.

손해배상이 인정돼도 구제받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맹사업은 가맹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향후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 가맹계약이다. 폐업 시 점주에게는 정산금과 함께 일시 지원금, 잔존 시설·인테리어 가격 등 억대 위약금이 일시에 청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약관규제법에 어긋난 서명 날인을 유도해 점주에게 부담을 지우는 사례도 있다. 계약서 별지에 일시 지원금 반환에 대한 내용을 매우 작게 표기하고 이에 서명하도록 하는 방식이 주로 악용된다. 가맹계약 전문 변호사인 고은희 법무그룹 유한 변호사는 "대부분 점주들이 일시 지원금 반환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대부분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계약을 체결하면서 형식상으로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가맹금을 반환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공정거래윙원회는 가맹계약과 유사한 계약도 가맹사업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입법 미비로 실제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 전문 이진욱 법무법인 팔마 변호사는 "계약 서비스 표준 계약과 그다음에 물품 공급 계약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가맹사업을 운영하면서 가맹사업법 규정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면서 "명시적인 적용 근거가 불분명해 공정위도 실제 가맹사업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적고 법정에서 주로 이를 다투게 된다"고 지적했다.
 
위약금 부담에 소송에도 소극적···"합리적 산정 방안 마련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입은 점주들은 소송을 망설인다. 한 대형 로펌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점주들은 피해 금액, 감액 사유, 약관 위반과 실질적인 가맹계약임도 증명해야 한다. 법원도 여전히 가맹점주에 대한 피해를 소극적으로 본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면 부담은 덜겠지만 위약금 등으로 소송 결과도 불분명하고 그만큼 비용과 시간도 들게 된다는 점에서 소송을 망설이는 점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피해 점주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위약금이 산정되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점포를 가맹본부에서 소유하고 이에 대해 임대해 주는 사례가 70%를 차지한다"며 "따라서 폐점을 하더라도 점주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따로 부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위약금 금액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도 "계약기간이 대부분 5년 정도다. 폐점을 할 때는 일시 지원금도 실제 계약기간에 맞춰 금액을 줄여야 한다"면서 "여전히 전체 일시 지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가맹 계약 형태와 범주는 매우 넓어졌는데 아직 이를 규정할 법령이 충분하지 않아 실질적인 가맹계약임에도 점주들에 대한 보호 범위가 불충분한 면이 있다"며 "가맹사업법 적용 범주를 명확히 할 추가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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