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사망자가 89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100여년래 미국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AP뉴스 등에 따르면 하와이 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한 89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85명의 생명을 앗아간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를 넘어서는 것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18년 미네소타주 클로켓 화재 이후 100여년래 미국 최악의 화재라고 AP뉴스는 보도했다.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사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하와이가 겪었던 최악의 자연재해일 것"이라며 "우리는 기다리면서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화재가 지나간 지역도 나무 뿌리들이 여전히 땅 속에서 불타고 있어 언제라도 화재가 다시 확산할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사망자의 유해가 고열로 녹아버린 탓에 신원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존 펠레티에르 마우이 경찰서장은 사망자 89명 중 2명의 신원만 확인되었다며 "우리는 떨어져 나간 유해들을 수습하고 있다"며 "신원 확인을 위해 신속 DNA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시작된 산불은 마우이섬 서쪽 해안가의 유적 마을 라하이나를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수백 채의 가옥을 불태우고, 일대의 삼림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주지사에 따르면 마우이 서부 지역에서 최소한 2200여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고, 그중 86%는 거주 건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불 피해는 최소한 60억 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복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지사는 전했다.
이처럼 산불 피해가 커진 데에는 건조한 날씨와 함께 인근의 허리케인으로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확산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AP뉴스는 전했다. 방재당국이 조속히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도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와이 제2의 섬인 마우이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방재당국 역시 항상 산불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산불 확산 속도가 대응 속도를 압도할 만큼 빨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를 피해 이웃 건물로 대피했다는 현지 주민 라일리 쿠란씨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화재 속도가 순식간에 0에서 100으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산불을 본 적이 있다는 그는 "산불이 4시간 만에 마을 전체를 삼키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우이섬은 라하이나 외에도 키헤이 지역과 산간 지역에도 2, 3번째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아직까지 피해 현황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라하이나 북쪽에 위치한 카아나팔리 지역에서도 4번째 산불이 발생했으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성공했다고 AP뉴스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