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예고하면서 사형제 폐지 후 대체 형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사형제를 폐지한 주요국들은 가석방 가능 여부를 달리해서 종신형을 대체 형벌로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한 미국에서는 국민의 엄벌 여론은 충족했지만 사형제와 마찬가지로 인간 존엄성과 위헌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법원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을 허용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규정하는 등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1년에 발간한 '사형 폐지에 따른 법령 정비 및 대체 형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국들이 사형제 폐지 대신 도입한 종신형은 크게 절대적 종신형과 최소 복역기간 후 조건부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한 상대적 종신형으로 나뉜다.
미국·네덜란드, 절대적 종신형 도입···사형제 대체 '한계' 비판도
미국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 중이며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캘리포니아·루이지애나주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10개 이상 주가 사형제를 폐지하는 등 사형제 폐지 추세에 접어들었다. 2018년 워싱턴주, 2019년 뉴햄프셔주, 2020년 콜로라도주가 사형제를 폐지하면서 대체 형벌인 종신형 수요는 늘었다.
캘리포니아주 등 사형제만 운영하던 주에서 대체 형벌을 도입하자 오히려 사형제 지지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국민의 응보 감정을 충족하는 효과를 보였다. 실제 캘리포니아에서 1978년 이후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은 2500여 명 중 감형을 받은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다만 사형제와 마찬가지로 △교화 달성 어려움 △사법 절차적 권리 보장 미흡 △인간 존엄 훼손 등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절대성 종신형이 형벌의 잔혹성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형벌에 해당하고 수정헌법 제8조에 위배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연방 대법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의무적 가석방 불가능 종신형 선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절대적 종신형이 '엄벌'로서만 기능해 사형제를 대체하는 형벌로서 한계가 있다는 관점에 따라 가석방 가능 종신형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1873년 사형제를 폐지한 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다만 선고 요건이 엄격해 1945년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쟁 범죄자를 포함해 41명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살인죄는 약 12~30년 사이에서 징역형이 결정된다.
유럽은 상대적 종신형···'복귀해야 할 구성원'으로 인식
유럽 국가는 대부분 사형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2021년 기준 유럽평의회 47개 가입국 중 가석방 자체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4개국(8.5%)에 불과했다. 최소 12년(덴마크)에서 최대 30년(몰도바)까지 최저 복역기간을 정해두고 그 이후 조건에 따라 가석방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독일은 1977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절대적 종신형이 위헌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1981년부터 상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했다. 수형자가 15년 동안 복역하면 일반인의 안전 등 가석방해도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집행을 유예하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반역죄·테러 행위 등 중죄에 한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최저 복역기간은 20년으로 정했다.
스위스도 집단학살·반역·간첩 등에 한해 상대적 종신형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4년 이후 재범 위험성이 극히 높은 성범죄자나 폭력범죄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배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상대적 종신형에 대해 "최저 복역기간은 각국 형사 정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종신형 수형자를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낙인 찍고 있지 않다"며 "어떤 시점에는 반드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