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언론사의 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들은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사고방식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동의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겠지만.
대통령실의 편의에 따라 제공되는 매우 한정된 정보 속에서 대통령이 왜 그러한 메시지를 냈고, 왜 그러한 행보를 했는지 이해하려면 대통령실 참모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 '동기화(同期化)'가 불가피하다. 그것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약간이라도 전망이 가능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면서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고 정의했다. 또 "독립운동은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도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경제발전과 산업화, 민주화로 계속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반공'에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독립운동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광복 직후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일부 친일파들은 '우익 친미파'를 자처하며 '반공'을 내세워 독립운동가들을 좌파로 몰아 핍박하기도 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의열단을 조직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약산 김원봉,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몽양 여운형, 진보당 당수를 지낸 죽산 조봉암 등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취임 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광복절에서 '건국논쟁' 종식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닌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한다. 또 4·19 민주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하며 건국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뉴라이트 인사들을 중용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반국가세력'을 적대하며, '반공민주주의'로 해석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윤 대통령이 어떠한 메시지를 낼지는 어느 정도 예상된다.
다만 그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주길 희망할 뿐이다. '역사수정 논란'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기엔 인구소멸, 내수‧수출 동반위기 등 윤석열 정부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