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카지노·여행·면세·화장품 등 업종에 대한 매출 회복 기대감이 반영됐다. 거래량도 폭증하면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던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한가로 마감한 종목은 15개다. 이 중 4개를 제외하곤 11개가 화장품주와 카지노주였다. 롯데관광개발(29.99%)을 비롯해 뷰티스킨(30.00%), 제이준코스메틱(29.98%), 토니모리(29.94%), 코리아나(29.92%), 한국화장품(29.91%), 리더스코스메틱(29.90%), 마녀공장(29.87%), 한국화장품제조(29.87%), 오가닉티코스메틱(29.56%) 등이 일제히 올랐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거래량도 폭발했다. 이날 상한가로 마감한 종목 가운데 7728만주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전월 일평균 거래량은 187만주였다. 롯데관광개발도 이날 하루 거래량이 1118만주에 달했다. 지난 7월 일평균 거래량은 56만주였다.
이들 종목 주가가 뛴 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여행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문화여유부는 10일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국가 제3차 리스트를 발표했다. 리스트에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총 78개국이 포함됐다.
클리오(22.90%)·에이블씨엔씨(22.49%)·아모레G(20.00%)·코스맥스(19.04%) 등 화장품주뿐만 아니라 아난티(25.26%)·GKL(20.45%)·파라다이스(18.13%)·서부T&D(8.30%)·강원랜드(3.80%) 등 호텔·카지노주도 수혜 기대감을 키웠다. 호텔신라(17.30%)·현대백화점(15.40%)·신세계(9.33%) 등 면세점주와 노랑풍선(17.40%)·하나투어(10.00%)·참좋은여행(9.50%) 등 유커 관련주가 무더기로 상승 마감했다.
앞서 중국이 2017년 3월 주한미군 사드 배치 진행에 따른 보복 일환으로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유커 수혜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6년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 관광이 금지된 데다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하면서 개별 중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기자 카지노·호텔·면세·화장품 업종 주가는 오랜 기간 짓눌려 있었다.
사드 배치 부지가 발표됐던 2016년 7월 13일 당시 카지노업체인 GKL 시가총액은 1조5711억원이었지만 10일 현재 9835억원이다. GKL의 VIP 중 중국인 비중은 2019년 기준 30% 수준이었지만 아직 회복이 더디다.
대표적인 유커 수혜주였던 LG생활건강은 한때 100만원대 황제주였지만 현재는 49만원까지 고꾸라졌다. 시가총액도 2016년 7월 17조4924억원에서 7조7779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6년 5개월 만에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되면서 한국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9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자는 연간 602만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4.4%를 차지했고 1인당 지출도 다른 외국인보다 높아 매출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들 수혜주도 실적 개선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인의 한국·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등 5개 주요국 방문자 수는 341만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연간 3336만명 대비 10%다. 하반기에 더욱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한다면 올해는 2019년 대비 30%까지 회복될 가능성은 크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9년과 같은 비중으로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약 181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상보다 수요가 좋아 2019년 대비 40%까지 회복한다면 241만명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