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400%까지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도 급락에 의한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기업 가치 대비 공모가를 높게 제시한 주관사와 기관투자자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모가 상단만을 강조하는 일부 자문사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기업공개를 한 회사 중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은 총 5곳으로 집계됐다. 첫날 종가 기준으로는 이보다 2배인 10곳을 기록했다. 또 전날 기준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은 무려 20곳에 달한다. 앞서 2021년에는 시초가와 비교해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은 총 19곳이었고 2022년에는 24곳까지 늘었다.
지난 7일 상장한 파두에는 위드윈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을 비롯해 기존 투자자인 포레스트파트너스를 비롯해 저축은행 등이 참여했다. 파두는 상장 첫날 공모가(3만1000원)보다 15.16% 낮은 2만6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자산운용사는 이번에 파두 상장과 관련해 공모가 상단을 쓰도록 설득했다"면서 "정작 이들은 본 IPO에서 물량을 배정받지 않았다. 공모가만 올려놓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만 떠넘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에 공모가 거품 논란이 컸던 기업으로 크래프톤이 꼽힌다. 2021년 8월 상장한 크래프톤 시초가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 9.94% 하락한 44만8500원에 형성됐다. 전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65% 내린 17만4400원이었다. 이날 다수 증권사들은 올 2분기 실적 부진과 기대감 하락에 크래프톤에 대한 목표주가를 최대 20% 가까이 낮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모주가 초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게 된 배경에는 투자 자문을 하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입김도 존재한다. 자산운용사이기도 한 이들은 투자일임, 자문 라이선스도 가지고 있어 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문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도 IPO 참여 전에는 수요예측에 대해 자문을 받는다"면서 "최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400%로 확대됐다. 상장기업의 가치와 상관없이 단순히 이득을 바라는 투자자들은 자문사 말만 믿고 들어간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운용업과 자문업을 동시에 하는 곳으로 파인밸류자산운용과 브이엠자산운용, 포커스자산운용, 혁신IB자산운용 등이 있다. 모두 파두와 관련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문을 해줬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다른 기관에 자문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참고만 해야 할 뿐 자문사 말만 믿고 공모가를 적는 것은 기관투자자로서 역량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