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 이후 국내 채권시장이 스티프닝(장기물 금리 상승) 현상을 겪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3.7bp 상승한 3.714%, 10년물은 6.8bp 오른 3.861%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 장단기물 모두 오름세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국내 채권시장 장단기물은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채와 마찬가지로 한국채 역시 3년물과 10년물 사이에서 스티프닝 현상이 있었다"면서 "장기물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2~10년 장단기 금리차가 100bp(1bp=0.01%포인트)가량으로 벌어지면 빠르게 다시 좁혀지는 흐름이 번복되고 있다"면서 "커브는 앞으로 스티프닝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최근 미국채 공급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이벤트는 채권 시장에 대한 수요 부진이 올 수 있다"며 "10년물을 기점으로 장기채 가격이 더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채권시장에서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관건은 CPI 지표"라며 "8월 물가지수 반등이 예상돼 채권 금리는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단기채 집중 매수
물가·고용 상승 등 여러 대외변수로 장기물 변동폭이 심화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채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3~6개월물은 4조7164억원, 9개월~1년물은 5조4212억원, 1.5년~2년물은 4조9146억원을 사들였다.
단기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구간은 9개월~2.5년물로 개인들은 총 10조7184억원을 매집했다. 월별로 따져보면 4월(1조9563억원)이 가장 큰 순매수 규모를 보였고, 이후에도 매달 1조원 이상 꾸준히 순매수세가 유지됐다.
증권가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올라도 신규 투자자들은 단기채에 들어가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제기돼 장기채 수급이 앞으로 안 좋아질 수 있다"면서 "여기에 고용·물가 지표 등 미국의 펀더멘털 경기 문제, 9월 금리 상승 가능성 등 아직도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신규 투자자는 단기채에 들어가는 것이 안정적이다"고 조언했다.
◆미국 재무부, 국채 대규모 발행 예고에 ‘긴장’
월가에서도 비슷한 조언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 계획을 밝히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래도 채권에 투자할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인 4.12%를 찍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들썩이자 일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도 9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0.65%를 찍었다.
미국 재무부가 다음주로 예정된 장기 국채 매각 입찰에서 당초 계획인 960억 달러를 웃도는 1030억 달러 규모의 장기채권을 입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채권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월가 "美 기준금리 인상 막바지, 채권 투자할 시기”
하지만 월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한 만큼, 채권에 투자해 놓으면 금리 인하 시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를 포함한 채권은 금리가 떨어지면 반대로 가격이 올라 차익을 누릴 수 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미주 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노트를 통해 “투자자들이 성장 둔화를 우려하기 시작하면서 매력적인 수익률과 시세차익 실현 가능성을 제공하는 미국 국채를 포함한 양질의 채권을 계속해서 매수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5~10년 만기 채권을 선호하며, 10년물 국채 금리가 현재 약 4%에서 2024년 6월까지 2.7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11년 경험과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채권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매도세가 가팔라지면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크다. 이날 S&P500 지수는 1.38% 하락했는데 이는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닛케이 225(닛케이 평균 주가)와 대만 가권지수 모두 1% 넘게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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