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민간 건설사 점검에 나서면서 건설사들도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잘못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했는데 (정부가)민간 건설사만 잡도리를 한다"고 항변했지만 건설업계를 대하는 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태에 이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LH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실공사에 대한 피로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1군 브랜드 건설사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3일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최근 몇 년 새 대형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정도면 무량판 구조 아파트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적인 문제"라며 "건물이 잘못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데 우리 집도 무너질지 누가 알겠나. 더 이상 건설업계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일한 인식과 구조적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청을 주로 맡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공사비 절감에 대한 압박과 '이래도 별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현실 인식이 원인"이라며 "특히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불법적인 관행 때문에 현장에서는 관리·감독이 미흡해질 수밖에 없어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이번 기회로 건설업계 생태계 전체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며 "특히 시공과 설계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인 감리를 좀 더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빗발치는 민원에 자체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점검을 했음에도 무량판 공법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민원이 폭증하고 있어 현장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지역별로 무량판 아파트를 뽑아 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이에 응하면 주민 불안감이 커질 수 있고 응하지 않으면 불신을 자초할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조사 대상 범위와 방식, 결과 발표 등에 대한 정확한 고지를 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무량판 아파트를 시공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무량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시공을 끝냈거나 거주하고 있는 곳은 보강 공사가 말처럼 쉽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했다.
LH가 4일 부실공사가 적발된 15개 아파트에 대해 시공·설계·감리업체와 관련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힌 것도 건설사에는 부담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우리 회사는 종합심사제를 통해 LH 측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며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