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추락의 끝이 언제일지 아직 기약이 없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이유도 따로따로이다. 올해 들어 시작된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위주로 시장이 회복되고 있어 아직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중국의 대외 수출이 늘지 않아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타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6월에만 중국의 수출이 12%나 급감,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과 한국이 동병상련(同病相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이유는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충동적 애국 구매, 즉 ‘궈차오(國潮)’열풍이다. 이로 인해 한국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고, 여타 세계적 상표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화장품을 비롯하여 스포츠용품·식품, 문구용품, 전자제품 등 대부분 소비재로 유사한 현상이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를 단순히 중국 청년들의 애국심으로만 간주하는 평가가 과연 옳은 것인가?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중국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해외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고, 가성비만 놓고 보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중국의 경우 중·노년 세대보다 청년(특히 MZ) 세대일수록 자국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이러한 소비 행태마저 중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사드 보복 지속성 논란이다. 최근 중국 진출 우리 대기업이 매출과 이익의 급감을 이와 연관 지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16년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 투자 기업의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다소 있기는 하겠지만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일례로 현대차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4년 만에 13%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다만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 제재, 문화콘텐츠나 한류와 관련한 한한령((限韓令)은 제한적으로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 앞으로 경계 대상은 사드 보복이 아닌 신(新)냉전 확산으로 인한 한국의 미국 등 서방으로 기울어지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사적 조치이다. 그러나 중국의 고립화가 심화할수록 우리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올 공산도 크다.
과거와는 완전 다른 ‘China 4.0’ 패러다임 찾아야
지난 1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경험하고 있는 고전 양상은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다. 한국산 스마트폰 혹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끔찍할 정도로 감소한 것은 예정된 시간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 브랜드가 무너지면 즉각적으로 일반 소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정 시장에서의 지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실지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인고의 시간이 요구된다. 한쪽에선 이제 중국 시장은 끝났다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아직 중국 시장을 포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상반된 두 개의 목소리에 대해 누가 옳고 틀린다는 것을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둘 다 맞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싸매야 한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시장 어프로치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10년마다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해 왔다. 처음 10년(China 1.0)은 임가공 생산기지, 다음 10년(China 2.0)은 본격적인 수출시장, 최근 10년(China 3.0)은 한국 상품의 한계 노출의 시기로 각각 정의해볼 수 있다. 앞으로 10년(China 4.0)은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달콤함과 쓴맛은 잊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야 한다. 근자의 중국 소비자 부류를 보면 지구촌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하다. 가격경쟁력이 없으면 철저하게 부자를 겨냥한 고급 제품을 지향해야 한다. 현지 투자 진출한 중간재 기업의 경우는 중국의 홍색공급망 속으로 과감하게 진입해야 한다.
중국 시장 포기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전혀 다른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중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중국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China Only’가 아니라 ‘China + 3〜4’로 대안 시장을 찾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을 벗어나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시장에서 승산이 없으면 일찍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어떤 상품으로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중간 지대가 없는 시장에서 어설프게 들어가면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조기에 소멸당한다. 개인마다 기업마다 모두 다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의지만이 아닌 뼈를 깎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