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대화채널이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회동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 이후 한 달 새 세 번째 장관급 인사의 방문이다.
중국중앙TV(CCTV)는 17일 케리 특사와 셰 대표가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나 4시간 가량 회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이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국이 미국과 협력해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석탄 화력발전의 기후변화 영향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셰 대표는 이에 “실질적인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케리 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으로 각 분야에서 미·중간 대화가 중단되면서 기후 대화도 멈췄다. 최근 양국 간 각 분야 소통 채널이 복원되면서 케리 특사의 방중 역시 성사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케리 특사가 이번 방중 기간 중 메탄가스·비이산화탄소(non-CO2) 저감 문제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준비에 초점을 맞춰 중국 측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케리 특사는 중국의 석탄 의존도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케리 특사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놀라운 일'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로 성과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3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쌍탄’ 목표를 설정하긴 했으나 지난해부터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 승인을 오히려 확대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 친환경 산업을 겨냥한 미국 측 징벌적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부품 등에 미국의 관세 부과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미국이 양국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