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라면 가격 인하에 이어 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업계는 사실상 가격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있어 최종 가격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자·라면업계는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라 제품 가격을 조정했지만 유업계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 인상분을 우유 가격에 반영해 올리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원유 가격 협상 마감시한은 지난달 말이었다. 그러나 인상 폭을 놓고 낙농가와 유업계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 시한은 이달 19일로 미뤄졌다. 소위원회는 17일과 19일 두 차례 더 회의를 열어 원유 가격 조정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원유 가격 인상 폭이 정해지기 전인 지난 7일에 농식품부는 유업계를 불러 모아 우유와 유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정부는 밀가루 가격을 낮추고 빵과 라면 가격을 내려 물가 안정을 꾀했다. 하지만 우유 가격 인상 폭이 크면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와 인플레이션 합성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우유의 물가 상승률은 9.0%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2.7%)에 비해 3배에 달한다. 우유 가격 상승에 유제품 물가도 치솟았다. 치즈의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2.3%나 올랐다. 지난해 5월부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크림 물가도 9.4% 뛰었다. 우유 가격이 더 뛰면 전반적인 물가도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당시 간담회에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가공업체 10곳이 참석했다. 유업계는 낙농가가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낮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간담회에서 우유 등 유제품에 대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는 원유 리터(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원유 가격 상승 폭보다 높다. 지난해에는 원유 ℓ당 49원(5.1%) 올라 996원으로 정해졌다. 현재 협상 중인 원유 가격 조정 범위를 적용하면 1065~1100원으로 인상 가격이 추산된다.
통상 우유 가격은 해마다 원유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최종 결정된다. 실제로 유업체는 지난해 말 흰우유를 포함한 유제품 가격을 10% 내외로 올렸다. 이에 흰우유 ℓ당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으로 인상됐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흰우유 가격은 3000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만약 기한 내에 원유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면 8월 1일부터 우유 가격이 오른다.
유업계는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정부 측 물가 안정 기조를 확인한 만큼 인상 폭을 놓고 고심 중이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라면업계와 유업계는 다르다. 밀가루 가격 하락이 라면 가격 인하의 주요인이고, 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가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요청한 만큼 인상 폭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